피부 지식
아무리 발라도 건조한 이유, 양이 아니라 장벽입니다
크림을 두껍게 발라도 오후면 다시 당깁니다. 문제는 바르는 양이 아니라 수분을 붙잡아 둘 지질층이 얇아진 데 있습니다.
2026-08-11 · 읽는 데 5분 · 닥터앤엘 에디터
크림을 늘려도 당김이 남는다면
세안 후 크림을 평소보다 두껍게 발랐는데도 오후가 되면 볼이 당깁니다. 그래서 다음 날 더 두껍게 바르고, 그래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 제품의 보습력을 의심하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피부가 수분을 붙잡아 두는 구조입니다.
각질층은 흔히 벽돌과 모르타르에 비유됩니다. 각질세포가 벽돌이라면 그 사이를 메우는 지질이 모르타르입니다. 이 지질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유리지방산이 대략 1대 1대 1의 몰비로 섞여 있습니다. 모르타르가 얇아지면 벽돌을 아무리 쌓아도 물이 새어 나갑니다. 겉에 바르는 양을 늘리는 것은 벽돌 위에 물을 더 붓는 일에 가깝습니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먼저 달라집니다
피부과에서는 경피수분손실이라는 값을 씁니다. 피부 표면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는 속도이고, 장벽이 손상될수록 이 값이 올라갑니다. 건조를 느끼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지질층이 얇아지고,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제서야 당김이 느껴집니다. 당김을 느낀 시점은 이미 장벽이 헐거워진 뒤입니다.
그래서 보습제의 역할을 세 가지로 나눠 봐야 합니다. 표면에서 증발을 막는 밀폐제, 수분을 끌어당기는 습윤제, 그리고 지질층 자체를 채우는 성분입니다. 앞의 둘만 있는 제품은 바르는 동안에는 촉촉하지만 지질층을 다시 채우지는 못합니다. 발랐을 때 확 좋아지는 느낌과 하루가 끝날 때의 상태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왜 더 심해질까요
세라마이드는 20대 후반까지는 잘 만들어지다가 30대를 지나며 줄어듭니다. 여기에 폐경이 겹치면 속도가 달라집니다. 폐경 이후 첫 5년 동안 피부 콜라겐이 최대 30퍼센트까지 줄어들고, 이후 15년에서 18년 동안은 매년 약 2.1퍼센트씩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콜라겐은 진피의 구조를, 세라마이드는 표면의 방수층을 담당하는데 둘이 같은 시기에 함께 줄어듭니다.
같은 제품을 계속 썼는데 어느 시점부터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제품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채워야 할 양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보습제를 바꾸는 것보다 무엇을 채우는 제품인지를 다시 보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골라야 할까요
성분표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라마이드가 앞쪽에 표기되어 있는지 봅니다. 화장품 전성분은 함량이 많은 순서로 적습니다. 세라마이드가 목록 끝에 있다면 들어 있다는 표시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퍼센트 표기를 찾기 어렵다면 표기 순서가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둘째,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함께 있는지 봅니다. 앞서 말한 1대 1대 1 비율 때문입니다. 세라마이드만 단독으로 넣는 것보다 세 가지가 함께 있을 때 라멜라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집니다. 파이토스핑고신처럼 지질 합성에 관여하는 성분이 같이 들어 있으면 더 좋습니다.
셋째,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분이 같이 있는지 봅니다. 히알루론산은 저분자와 고분자를 함께 쓰면 안쪽과 표면을 나눠 담당합니다. 판테놀은 피부에서 비타민 B5로 전환되어 진정과 보습에 관여합니다. 장벽을 채우는 성분과 수분을 끌어오는 성분은 하는 일이 다르므로 둘 다 필요합니다.
기준을 지킨 제품은 성분표에서 드러납니다
앞의 세 가지 기준을 실제 제품에 대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닥터앤엘 세라마이드 4퍼센트 크림은 세라마이드엔피가 정제수, 부틸렌글라이콜, 글리세린 다음 네 번째에 표기됩니다. 4퍼센트는 4만ppm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같은 전성분에 콜레스테롤과 파이토스핑고신이 함께 들어 있어, 앞서 말한 지질 세 가지를 함께 채우는 구성입니다.
수분을 끌어오는 쪽은 판테놀 11퍼센트 퍼밍 세럼이 맡습니다. 판테놀이 정제수 바로 다음 두 번째에 표기되고, 저분자와 고분자 히알루론산이 함께 들어갑니다. 두 제품 모두 국내 시험기관에서 30명을 대상으로 한 인체 피부 일차자극 시험에서 피부자극지수 0.00 비자극 판정을 받았고, 독일 Dermatest 첩포 시험에서도 30명 전원 24시간, 48시간, 72시간 판정이 모두 0등급이었습니다.
성분이 들어 있다는 표시와 배합량이 확보된 것은 다릅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는 퍼센트 표기와 전성분 순서를 함께 보세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달라집니다
같은 제품을 써도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묽은 것부터 진한 것으로 올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세안 후 토너로 결을 정돈하고, 수분과 진정을 담당하는 세럼을 먼저 흡수시킨 다음, 지질을 채우는 크림으로 덮습니다. 크림을 먼저 바르면 그 위에 올린 세럼이 흡수되지 않습니다.
저녁에는 여기에 마스크를 얹어 밀폐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주 1회에서 2회면 충분하고, 매일 하는 것이 오히려 각질층을 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안도 함께 봐야 합니다. 뜨거운 물과 강한 세정제는 지질을 씻어 냅니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바로 바르는 것이 흡수에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수분크림을 많이 바르면 해결되지 않나요
표면 밀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르는 동안에는 촉촉하지만 지질층 자체가 얇아진 상태라면 시간이 지나며 다시 빠져나갑니다. 양을 늘리기보다 세라마이드처럼 지질층을 채우는 성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겉은 번들거리는데 속은 당깁니다. 지성인가요 건성인가요
유분과 수분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지 분비가 많아도 장벽이 헐거우면 수분은 빠져나갑니다. 유분기가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제형을 고르되, 지질을 채우는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그대로 확인하세요.세라마이드는 몇 퍼센트가 들어 있어야 하나요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함량이 낮으면 전성분 뒤쪽에 표기되므로, 퍼센트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표기 순서를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앞쪽 다섯 번째 안에 있으면 함량이 확보된 편입니다.환절기에만 심한데 계절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습도가 낮아지면 증발 속도가 빨라져 증상이 드러나는 것뿐, 장벽 상태 자체는 계절과 무관하게 이어집니다. 환절기에만 관리하고 멈추면 다음 환절기에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얼마나 써야 달라지나요
각질층이 새로 만들어지는 주기는 대략 4주 전후입니다. 최소 한 달은 같은 조건으로 써 보고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며칠 만에 판단하면 제품이 아니라 그날의 습도를 평가하게 됩니다.출처
- Sethi A, Kaur T, Malhotra SK, Gambhir ML. "The Skin Barrier and Moisturization: Function, Disruption, and Mechanisms of Repair." Skin Pharmacology and Physiology, 2023. https://doi.org/10.1159/000534136
- Draelos ZD. "The science behind skin care: Moisturizers." 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2018. https://doi.org/10.1111/jocd.12490
- Lephart ED, Naftolin F. "Skin, hair and beyond: the impact of menopause." Climacteric, 2022. https://doi.org/10.1080/13697137.2022.2050206
이 글은 일반적인 피부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